11월에

2011-11-19 10.53.39

요 며칠 짙은 안개에 이어 가을비가 오더니, 기온이 뚝 떨어져서 전기 자전거를 타고 학교로 출퇴근하는 저에겐 다시금 힘든 시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산이 없는 이 곳 천진의 겨울바람은 참으로 매섭기 그지없습니다. 다행히 누런 먼지와 칼바람을 맞으며 학교에 도착해서 따뜻한 차 한잔 마시면 얼었던 속이 따스하게 풀립니다.

저희 가족은 주일에 국제교회에서 주일예배를 합니다. 60여개 국적의 사람들로 구성된 천진에서 유일하게 허가 받은 공동체입니다. 이러한 다양성으로 인해 어느 특정한 민족이나 국가 혹은 교단이 지배하지 않고, 그리스도의 다양한 지체가 평등하고 다양하고 또한 현대적으로 표현되어지고 있는 곳입니다. 또 하나의 특징은 타국에서의 교회가 그러하듯 이곳도 늘 새로 오는 사람과 떠날 사람을 소개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그럴 때마다, 우리들은 이 세상에서 참된 고향을 그리워하는 ‘순례자’라는 사실을 다시금 느끼곤 합니다.

올해는 특별히, 대림절 기간 동안 각 나라별 소 그룹별로 성탄찬양을 하기로 했습니다. 다음 주에는 뉴질랜드, 한국, 스리랑카 그룹이 합니다. 그래서 몇 주전부터 한국팀들은 우리가락이 섞인 찬양과 전통적인 성탄 캐롤 1곡씩을 연습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찬양을 통해서 다른 나라 신도들의 정서를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학교에서는 최근에 학교에서 개최하는 취업설명회에 처음으로 한국기업이 참가해서 졸업할 학생들을 채용할 수 있도록 자그마한 다리역할을 했습니다. 이곳 천진직할시는 한국의 인천처럼 수도와 인접하고 있는 항구도시이자 산업도시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삼성을 비롯한 무수히 많은 한국기업들이 입주하고 있습니다. 제가 비즈니스 전문대학에 있다 보니, 만나는 한국분들, 특히 기업하시는 분들이 자주 인력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하시면서 구인을 부탁하시고 계십니다. 그러던 중, 지난 달에 우연히 수업시간에 학생들로부터 매년11월에 학교에서 채용설명회를 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런데 학생들은 한국어 전공을 살리고 싶어도 이 행사에 오는 모두 중국기업이다 보니, 전공을 살리지 못한다고 아쉬움을 토로하였습니다. 그래서 학교 담당자에게 한국기업이 참가할 수 있는지를 문의해 보니, 학교 역시 한국어학과가 생긴지 이제 3년 정도 되었고, 아직 한국기업들도 우리학교를 모르고, 학교 역시 한국기업과 어떻게 연결할지 모른다고 하면서 한국기업이 이 설명회에 오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래서 급하게 알고 있던 몇몇 기업에 연락해서 그 중 몇 기업이 이번 행사에 처음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행사는 지난 19일(토) 오전에 학교 체육관에서 했습니다. 약 70여 개 기업이 왔고, 많은 학생들이 와서 인산인해를 이루었습니다. 저 역시 그 자리에 가 보았는데, 거기서 제가 가르치던 학생들과도 마주쳤습니다. 학생들은 저에게 “선생님이 소개시켜 준 회사에 이력서를 내고, 상담을 했어요. 한국기업에서 제 전공을 살리면서 일할 수 있게 될 것 같아 기뻐요”라고 말했습니다. 밝은 얼굴로 말하는 학생들의 말을 들으니 보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비록 칼바람으로 몸은 얼얼했지만 마음만은 훈훈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