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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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절이 되면 교회마다 대림초를 켠다. 짙은 보라색 초에서 시작해서 성탄으로 다가갈수록 초 색깔이 점점 밝아져서 대림 4주가 되면 흰색초까지 켜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아기예수의 탄생을 기념하는 크리스마스를 경축한다.

10월 29일부터 매주 토요일 광화문 거리에는 촛불집회가 열린다. 시간이 갈수록 사람들은 많아지고 있고, 촛불은 광화문뿐만 아니라 전국 도시로 번져나가고 있다. 마치 대림초 하나에서 시작해서 모든 대림초로 다 밝혀나가듯이…  그리고 그리스도인들이 아기예수가 오기를 기다리듯이, 국민들은 낡은 악습이 가고 평화로운 새 세상이 오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갈라져 나간 北이스라엘과 시리아가 동맹하여 유다를 침공하고, 설상가상으로 앗시리아가 예루살렘을 포위공격하던 절체절명(絶體絶命)의 시기, 이사야 예언자는 다음과 같이 장차 올 평화스런 왕국을 꿈꾼다:

“이새의 그루터기에서 햇순이 나오고 그 뿌리에서 새싹이 돋아난다. 야훼의 영이 그 위에 내린다… 그는 야훼를 두려워하는 것을 기쁨을 삼아 겉만 보고 재판하지 아니하고 말만 듣고 시비를 가리지 아니하리라… 그의 말은 몽치가 되어 잔인한 자를 치고 그의 입김은 무도(無道)한 자를 죽이리라. 그는 정의로 허리를 동이고 성실로 띠를 띠리라. 늑대가 새끼양과 어울리고 표범이 수염소와 함께 딩굴며 새끼사자와 송아지가 함께 풀을 뜯으리니 어린아이가 그들을 몰고 다니리라… 나의 거룩한 산 어디를 가나 서로 해치거나 죽이는 일이 다시는 없으리라. 바다에 물이 넘실거리듯 땅에는 야훼를 아는 지식이 차고 넘치리라.”(이사 11:1-9)

평화로운 세상을 고대하는 촛불은 교회건물에만 켜있는 것은 아니다. 설레이는 선물을 기다리는 촛불과 전등은 백화점과 상가에만 켜있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우리들의 삶의 터전이 자리잡은 모든 곳에서 밝혀져야만 한다. 그리고 그 촛불을 켜는 주체는 사제도, 백화점 사장도, 통치자도 아니고 우리들 자신인 것이다. 타인이 특히 이른바 ‘지도층’이라는 사람들이 선사하는 크리스마스 선물이 아니라 우리 각자가 초를 들고 진정한 평화의 선물을 염원해야 하는 것이다. 광화문과 온 나라에서 행해지고 있는 촛불은 바로 이러한 우리스스로의 깨달음의 장인 것이다.

오늘날 세계는 극심한 양극화와 불균형으로 증오와 차별이 점증하고 있다. 선진국들은 보호무역을 내세워 자국의 밥그릇을 지키려 하고 있으며, 국민들의 분노를 인종차별과 이주민 추방이라는 선동으로 해소하고 있다. 근대 민주주의의 위기가 도래했다. 근세 이후 사람들은 대의민주주의를 통해서 우리의 바램을 위탁하고 생활해 왔다. 선거를 통해서 정치인들을 선출하고, 주주총회를 통해서 경영인을 선출해서 그들에게 정치와 경제의 운영을 위탁해 왔다. 한마디로 엘리트주의에 기반한 근대 정치와 경제체제를 유지해 왔던 것이다. 그러나 이들 엘리트들은 위탁받은 정치권력, 경제권력을 위임해 준 대중이 아닌 자신들의 사적이익을 위해 남용해 왔다. 2008년 미국 리먼 브러더스로부터 촉발된 전세계적 금융위기, 브렉시트를 필두로 하는 유럽의 분열, 잃어버린 20년을 탈출하기 위한 일본의 극우정치의 부활, 등등.

근대는 대량생산, 대량소비를 특징으로 하고 있다. 대중들은 엘리트들이 정해준 규칙에 따라 부지런히 생산하고 소비해왔다. 매스 미디어도 쌍방향이 아닌 일방적이었다. 그래야만 끊임없는 확장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구는 유한하기에 이러한 무한확장은 벽에 부딪히고 말았다. 거기다 생산과 소비를 원활하기 위해 교육된 대중은 더 이상 수동적인 존재로 머물지 않게 되었다. 그들은 인터넷과 IT기술에 힘입어 자신들의 생각을 요구하고 서로 나누게 되었다. 엘리트주의에 기반한 대의민주주의에서 대중 스스로가 참여하는 직접 민주주의 시대로 이행하기 시작하였다.

촛불은 이러한 시대적 갈림길 한 가운데서 타오르고 있다. 탐욕에 찌든 기업인의 타락, 정치인의 부패라는 근대 엘리트 민주주의의 종말을 알리고 있다.  동시에 트럼프로 대변되는 증오와 차별에 기반한 민주주의로 갈 것인지, 아니면 진정한 정의와 평화가 실현되는  민주주의로 갈 것인지 중차대한 역사의 한 복판에 서 있다. 촛불은 단지 대한민국의 정치와 경제를 바로 세우는 것 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들에게 진정한 정의와 평화의 비전을 보여주는 세계사적 사건인 것이다.

“지금은 이 세상이 심판을 받을 때이다. 이제는 이 세상의 통치자가 쫓겨나게 되었다… 어둠속을 걸어가는 사람은 자기가 어디로 가는지 모른다. 그러니 빛이 있는 동안에 빛을 믿고 빛의 자녀가 되어라.”(요한12:31, 35-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