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자식교육열

얼마전 한국에선 수능시험이 있었습니다. 중국에선 ‘高考’라고 불리는 대입시험이 있는데, 각 지방마다 일정 및 전형이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매년 6월에 있습니다.  한국처럼 중국도 대입시험결과가 발표되면 7,8월 두 달간 순차적인 대학지원 및 전형이 진행됩니다.

중국의 대학은 4년제의 경우 대학원이 있는 공립대학 학과로 구성된 ‘본1’과 대학원이 없는 공립대학 및 극히 일부 유명 사립대학 학과로 구성된 ‘본2’, 그리고 사립대학 및 공립대학에서 투자한 사립 독립학원으로 구성된 ‘본3’으로 나뉩니다. 전문대의 경우는 공립 전문대인 ‘전1’과 사립 전문대인 ‘전2’로 구분됩니다.  6월 말부터 ‘본1’이 시작돼 ‘전2’의 경우 8월말까지 전형이 이뤄집니다.

하지만 사람들의 관심은 무엇보다도 본1,  그 중에서도 북경대, 청화대, 남경대, 복단대 등 최고명문에 어느 학교의 누가 들어가느냐가 됩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지인이 명문대에 들어가게 되면 서로 축하해주고 자랑스러워하는 분위기입니다. 그럼 어떤 사람들이 이런 명문대학에 들어가는 걸까요? 중국대학은 각 학과의 학생 모집인원이 각 직할시, 省 별로 정해집니다. 예를 들어 북경대학 중문학과에는 각 직할시, 성별로 각각 인원이 몇 명이라는 식입니다. 수시가 따로 없는 중국 대입 구조상 청화대학이나 북경대학 입학생의 경우 거의 대부분이 성 수석, 시 수석으로 채워지게 됩니다. 물론 최고의 명문고등학교에서는 다수의 합격자를 내기도 합니다.

이런 명문대 입학생 부모의 직업 중에는 의외로 대학교수 및 직원자녀, 초중고 교사자녀가 많은 것이 눈에 뜁니다. 많이 좋아지고 있기는 하지만 중국에서는 아직 특수한 몇몇 경우를 제외하고는 학교 교직원이 고소득층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특히 이런 상황은 지방으로 갈수록 더 강해지는 경향을 보입니다. 이런 현상은 중국 특유의 ‘關系’문화와도 관련이 있겠지만 자녀들에 대한 교육방식에 더 큰 원인이 있다고 보여집니다. 여기서 의미하는 관계문화는 교직원들이 자신들의 자녀들을 서로 배려해 주고 심지어는 대입전형 시 특혜를 주는 상황을 얘기합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중국도 심각한 교육과열국가입니다. 북경, 상해 같은 대도시부터 작은 마을에 이르기까지 태어나면서부터 지역 유명 유아원에 보내려 경쟁을 하고, 지역 유명 초등학교 입학을 위한 찬조금이라는 일종의 입학기부금 경쟁, 중학교 입시경쟁, 가장 치열하다는 고등학교 입시경쟁, 그리고 세계제일이라는 대입경쟁에 이르기까지 경쟁의 연속입니다. 이 과정에서 학교는 학교대로 우열반, 방과후반, 방학중 반을 운영하고 다양한 사설학원도 모자라 현직교사의 과외까지도 공개적으로 묵인되는 현상을 포함하면 중국전역이 강남 안부럽다고 할 수 있습니다.

중국의 모든 교육기관 입학은 관계와 돈이 전제돼야 합니다. 여기에 중학교 입시부터는 학생 개인의 실력이 더해져야 이른바 명문 중학교, 고등학교에 입학할 수 있고, 대학은 여기에 지역운과 시운까지 합해져야 명문에 입학할 수 있습니다.

중간규모의 도시의 유치원부터 예를 들어 설명해 보겠습니다. 그 도시 대학 부속 유치원이 제일 좋다고 합시다. 그런데 이곳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그 대학의 유치원 혹은 그 대학의 아는 사람이 필수입니다. 아는 사람을 통해 소개받고 또 그 직업에 따라 외지인이면 그에 더하여 찬조금을 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그 대학의 유치원 교직원, 대학 관계자는 당연히 특혜를 받습니다. 그런 다음 얼마 안남은 자리를 놔누고 각종 관계를 통한 돈의 전쟁이 벌어지게 됩니다.

초등학교부터는 본격적인 돈의 전쟁입니다. 학교 관계자는 전액 무료지만 그 밖의 사람들은 학비 및 찬조금이 천차만별입니다. 중학교 이상부터 그 지역 명문 중고등학교에 입학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중국 내 명문 고등학교들을 대상으로 북경대나 청화대는 ‘包送’이라는 특수제도를 두고 있습니다. 성적에 의한 추천입학정도로 이해하면 됩니다. 한국의 교장추천제와 비슷하지만 그 대상 학교가 명확히 정해져 있고 그 학교별 할당인원 또한 정해져 있다는 것이 다릅니다.

이런 복잡한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성적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돈과 관계는 그 다음입니다. 중국이 많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지금 같은 한판승부 식의 대입제도를 유지하는 이유는 그나마 이 제도가 돈과 관계에서 가장 자유롭다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성적자체가 턱도 없으면 일반적인 수준의 돈과 관계는 무용지물인게 중국의 명문대 입학입니다.

이런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중요한게 예습과 복습, 그리고 좋은 정보입니다. 예습과 복습은 중국에서 ‘作業’라는 한마디로 끝납니다. 즉 숙제인거죠. 그만큼 숙제가 엄청납니다. 평일의 경우 밤9-10시까지 해야 하는 양에 혼자서는 도저히 할 수 없습니다. 부모의 확인과 부모의 자체 테스트가 숙제의 일부이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시간적으로 여유있는 교직원들이 유리하게 됩니다. 실제로 숙제를 같이한다고 보면 됩니다. 모두가 하는 숙제가 성적을 가름하는 기준일 순 없습니다. 그래서 주말과 방학을 이용한 과외가 등장합니다. 이 과외의 꽃은 현직교사,  그 중에서도 지금 그 과목을 담당하는 교사의 과외입니다. 그런데 그 교사가 과외를 하는지, 안하는지, 하면 어디서 언제 어떻게 하는지를 파악하는게 중요합니다. 이게 정보의 핵심입니다. 그리고 이 교사와 관계가 있던지 관계있는 사람을 찾아야 들을 수 있습니다. 여기서도 당연히 교직원 자녀가 유리합니다.

자녀가 중고등학교에 입학하면 이제부터 부모가 자신의 전공이 아닌 이상 숙제를 봐주는 것이 어렵게 됩니다. 여기서 국영수를 전공하는 부모의 존재가 빛나기 시작합니다. 교직원 자녀의 위대함은 ‘包送’할 학생을 정할 때 빛이 납니다. 손은 안으로 굽는다고 관계의 나라에서 관계 중의 관계는 식구를 제외하면 같은 직장(單位)의 사람입니다.

중국인들은 관계(꽌시)에 의한 특혜를 당연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물론 여기서 꽌시란 한국인들이 흔히 오해하는 것,  몇번 만나 밥먹고 술먹고 하면서 형, 동생하는 하는 꽌시가 아니라 ‘내 식구’라는 범주의 관계입니다. 중국인은 나와 남을 자기사람(自己人)이냐 남(別人)이냐로 나눕니다. 이런 구조와 중국의 교육풍토속에서 교직원 자녀가 좋은 대학을 가는 풍토를 만듭니다.

중국의 교육계 친구들은 이렇게 얘기합니다: “우리가 뭐가 있나? 돈? 지위? 자식에게 물려줄거라고는 좋은 대학 보내는 것 밖에 없어.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노력해야 돼. 그래야 노후에 자식먹여 살리는 일을 면할 수 있지.” 자식교육에도 실리적인게 중국인들인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이건 보통의 중국사람들 이야기이고,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최고계층은 자녀들을 중국의 명문대학이 아니라 바로 영미의 명문대학으로 보낸다고 합니다. 사이의 ‘강남스타일’노래가사처럼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는거죠.

추신: 최근 중국은 전국공산당대표자회의가 열리는 중입니다. 더우기 올해는 10년에 한번 중국 최고지도부가 교체되는 아주 중요한 회의가 열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북경의 경우, 모든 행사나 집회 전면금지, 공사중지, 심지어 택시문도 못 열게 합니다. 그리고 통신의 감청, 일부 사이트 접속차단등이 심합니다. 070인터넷전화쓰는 한국사람들도 전화가 안된다고 하고, google과 gmail역시 차단되서 아주 불편함을 겪고 있습니다. 저 역시 인터넷 환경이 불안정하고 전화연결이 잘 안되서 애를 먹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이 저로 하여금 제가 지금 중국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해주고 있습니다.

<제 딸 에스더의 찰흙작품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작품을 보면서 중국학교에서 공부하느라 여러모로 힘든 것은 아닌지 하는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2012-11-11 17.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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